아마도 대 여섯 살 쯤 되었을 때라고 짐작된다. 기계가 흔치 않았던 시절인데도 온갖 기계장치를 능숙하게 만지시던 아버지 옆에서 나도 틈만 나면 광석라디오를 가지고 놀곤 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라디오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자 “소리가 왜 나오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 라디오를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해보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다시 조립한 라디오를 틀었을 때 소리가 나오자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나의 소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나는 소리와 함께 살아왔다. 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소리는 우리와 늘 함께 있었고 소리의 종류도, 크기도, 전달되는 경로나 전달하고자하는 정보도 너무나 다양했다.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를 분석하고 연구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다 보면, 소리는 언제나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가슴 설레게 하는 애인과도 같았다.
시골에서 자라났기에 기술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용산공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소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전자제품을 만지게 되었고 졸업 후 잘 나간다는 전자회사에 취직도 했으나 좀 더 수준 높은 전자 및 통신 공학 분야의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망으로 숭실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소리공학 분야의 공학석사와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호서대학교를 거쳐 모교인 숭실대학교 정보통신전자공학부에서 교수로 자리 잡은 지도 벌써 삼십 년. 기존의 음향과학이나 혹은 음성통신공학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인 ‘소리공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이를 위해 <소리공학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제는 ‘소리공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으며 덕분에 어딜 가도 ‘소리공학자 배명진교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소리와의 첫 만남 이후 오십년 세월 동안 소리에 바친 내 열정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현 숭실대학교 교수
소리공학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공학박사
한국음향학회 회장 역임
소리공학분야 석박사 150여명 배출
학술논문 천편 이상 발표

01 동물들의 소리육감
05 공부 잘되는 소리
10 1,2초의 소리 흔적
15 그날 백령도 초병이 본 것
20 모기가 싫어하는 소리
25 미용실에 가면 졸려요
30 북소리와 함께 ‘대한민국’
35 후크송 ‘강남스타일’의 성공비결
40 트로트에 열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