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여야 한다. 혼돈과 죄악, 그리고 죽음의 시와 절망의 노래만이 전염병처럼 만연했던 그 암울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처절했던 피의 수레바퀴도 이제는 그 행진을 멈추었고, 모든 것은 점차 망각의 수렁으로 파묻혀 갔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 처절했던 피의 잔혹사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 어떤 사가(史家)도 그때의 이야기만은 무림사에 기록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를 하여야만 한다. 이것은 오늘날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나의 무용담을 자랑삼아 회고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쩌면 자칫 방심하고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만천하 무림인들의 가슴속에 언제까지고 살아 있어야 할 불멸의 경종을 이 이야기로 대신코저 소원할 뿐이다. 정말이다. 과거와 같은 시대는 결단코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창검과 무제한적 폭력만이 법처럼 통용되었던 그런 비극의 시대를 우리는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눈(雪)……. 소담스럽게 떨어져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이제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여야 한다.

출간작 - 무맥, 광란총서, 용비가

1장 천적 2장 무서운 오해 3장 폭풍의 서곡(序曲) 4장 초설(初雪) 5장 천교(天敎) 6장 서글픈 재회 7장 운명이 될 수 있는 여인 8장 다정무정(多情無情) 9장 역류(逆流) 10장 침묵의 공포 11장 회귀(回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