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누구인가가
그립다는 것은
사랑을 받았음이다.
사랑을 받고 있음이다.
이쯤 삶의 정거장에서
기차가 서 있는 동안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본다.
사랑과 은혜의 선물이었다.
가야 할 길 또한
그렇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작고
가볍고 보잘 것 없어
초라한 나인데도
이만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다.
다들 내 가벼움
작음
보잘 것 없음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보고 있으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으로 이해하고 격려해 주었음이다.
해서
염치없이 다시 용기를 낸다.
사랑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겠다는 다짐이다.
내 분수를 알기에
욕심은 내지 않는다.
다만 내가 보듬고 온 정서를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내게 그리움은
희망이고
감사이고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젠 어른스러워질 만한 때인데
아직도 어리고 여리다.
그래도 이런 나를
사랑의 눈으로 보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해서 또 용기를 낸다.
그리움을 맑히는 세 개의 이미지라는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내 가슴을 열어 보임이다.

책을 열며

날마다 좋은 날

그리움 열기
날마다 좋은 날
저녁노을
그리움을 맑히는 세 개의 이미지
있을 때 잘 해
오월 그리고 어머니
계단을 오르며
길눈

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

살아있어야 아름답다
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
눈물 병
하얀 고무신
땅 따먹기
줄다리기
오는 것 가는 것
이명
어른아이

서서 흐르는 강

발뒤꿈치
행복의 강
어떤 선물
서서 흐르는 강
사람의 나이테
부끄러운 열매
하늘로 흐르는 강물
어루만지기
말장구 맞장구

숨어있는 향기

책방나들이
엿이야기
숨어있는 향기
발걸음 소리
무명 기저귀
딸아이의 방
새 생명을 보며
살그머니
어머니의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