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스콧처럼 발자크도 빚과 빚쟁이들의 시달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을 썼다. 부의 축적과 그에 따르는 도덕적 타락이라는 주제가 『외제니 그랑데』를 꿰뚫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작품은 훗날 발자크가 『인간 희극』이라 이름붙인 자신의 소설 전집 중 하나로, 시골의 가난과 탐욕을 도덕적으로 맹렬하게 비난함과 동시에 당시 프랑스 사회의 깊은 사회적 변혁을 겪고 있던 인물들의 성격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인색한 폭군인 주인공 외제니의 아버지를 통해 탐욕을 단지 개인의 “죄”가 아니라 19세기 자본주의 속에서 대중이 느낀, 부의 순환에 대한 세속적 허무주의의 반영으로 보았다.

인과에 바탕을 둔, 고전적으로 단순한 플롯이지만 아트레우스보다도 더 끔찍한 중산층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돈만 밝히는 아버지 때문에 세상 경험도 별로 없고, 가족도 파멸된 여주인공 외제니는 자비와 자선이라는 덕행을 통해 도덕적 권위를 주장한다. 훗날의 프루스트를 예견하듯 발자크는 개개인의 행위와 세대의 변환을 드라마틱하게 엮어내고 있으며, 코믹한 베이소스1)는 신랄한 사회적 사실주의를 부드럽게 해준다. 전지적 화자의 판단에서 짜낸 발자크의 유쾌함은 놀랄 만하다. 사실주의 문학을 읽어보려 한다면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좁은 마음은 자비뿐 아니라 핍박을 통해서도 생겨날 수 있다. 잔인하게든, 자비롭게든, 다른 사람을 휘두르면서 그 힘은 더욱 커지게 된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9791130301303

초판 Cover & story
EUGENIE GRANDET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
XII
XIII
XIV
ADDENDUM
저자 사진 및 프로필
원서로 읽는 세계 명작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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