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벗은 육체를 그려다오.”
춘화를 그려달라는 망측한 청으로부터 시작된 인연.

<지봉유설> 저자 이수광과 기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여인 영릉의
무지개처럼 애틋한 사랑을 그린 역사 로맨스소설.

영릉은 어린 시절 파혼을 당하고 함경도 고모 댁에 숨어 지내다시피 하다가 가정형편이 악화돼 한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함흥에 남아 혼자 힘으로 살아간다. 그림에 재주가 있어 여인의 몸으로 기방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하며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일에만 마음을 쓰던 어느 날, 그림을 그려달라는 이수광이라는 선비의 부탁을 받았으니, 그 일은 여인의 벗은 몸을 그려달라는 것. 결국, 돈 때문에 그의 청을 들어주게 되고, 둘의 인연은 이렇게 망측하게 시작된다.
하필 함경도로 새로 발령 난 판사 송상현을 우연히 기방에서 만나게 되고, 그가 자신을 버린 약혼자임을 알고 영릉은 복수를 결심한다. 영릉의 복수는 송상현의 마음을 빼앗고, 자신에게 한 것과 같이 그 마음을 짓밟아주는 것인데...

제1회 ‘애련정 로맨스공모전’ 당선작품.

[본문]
“여인의 벗은 육체를 그려다오.”
영릉은 숨이 턱 막혀 입가에 걸린 수건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자는 무뢰배에 변태였다.
“여……인의 육체라면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자도 체면이란 것이 이제야 생겼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눈길을 살짝 피하는 듯하더니 다시 굳은 심지로 말하였다.
“네가 아는 모든 것을 소상히 그려다오.”
“춘화도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남녀가…….”
“아니다. 아니야. 그런 것이 아니라.”
냉랭한 영릉의 태도에 선비가 당황하였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은 여인의 몸을 그린 그림이다. 정밀한 묘사가 필요한 부분이니 인물화를 잘한다는 너를 택한 것이다. 내 알지 못해 청탁하는 것이니 어떤 그림이 될지는 너의 지식 여부에 달린 것일 게다. 네가 그림을 그린 후 내 그때 의견을 달아야겠구나.”
변태가 분명하다. 기방에 와서 기녀 하나 안아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을 그림으로 그려달라니. 나를 희롱하고 자신의 금기된 욕정을 불태우는 자가 분명하다...

1부:
제1장 조선의 선비들
제2장 마음의 무게
제3장 주인님 주인님
제4장 무지개를 찾아서 (1)
제5장 인연의 끝

2부:
제6장 무지개를 찾아서 (2)
제7장 부부탐구생활
제8장 전쟁 같은 사랑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