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재혼으로 허물없는 남매 사이로 자라온 유진과 수현. 그러나 유진에게 첫 애인이 생기면서 수현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여자 친구를 자주 갈아치우는 바람둥이 주제에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깐깐하게 나오는 수현이 유진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오래 전부터 수현을 몰래 사랑해 왔지만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유진은 결혼을 결심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로 다가오는 오빠로 인해 그녀는 혼란스러워진다.

- 본문 중에서 -
유진이 방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짧은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굳은 얼굴을 한 수현이 문가에 서 있었다.
"들어가도 돼?"
"언젠 오빠가 내 허락 맡고 들어왔나?"
굳이 허락을 받고나서야 방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수현의 모습에 유진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방에 들어온 수현은 불안하게 방안을 서성이다 화장대에 기대서서 유진을 바라보았다.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 유진이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찌르는 듯 바라보는 수현의 시선에 유진은 알 수 없는 초조감에 휩싸였다. 마치 맹수에게 쫓기는 연약한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결혼....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어?"
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발언에 유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내가 오빠보다 먼저 결혼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야?”
뾰족하게 날 선 목소리를 뱉던 유진은 진한 슬픔이 어려 있는 수현의 눈을 마주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텐데."
화장대에 기대선 몸을 일으킨 수현이 천천히 유진에게 다가왔다. 유진의 앞에 다가선 수현이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유진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러운 수현의 포옹에 유진은 몸을 굳힌 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과 맞닿은 수현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던 유진은 그의 품 안에서 어지럼증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서 두려웠지만 그의 넓은 품안에서 풍겨오는 시원하고도 달콤한 체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했다. 장난처럼 농담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서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안 돼..... 난 아직 널 보낼 준비가 안 됐어.....”
귓가에 그의 뜨거운 입김과 함께 뜨거운 탄식과도 같은 말들이 느리게 쏟아졌다. 귓가의 솜털들이 일제히 아우성을 치면서 그가 토해낸 가슴 저린 한 마디 한 마디가 유진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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