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매그는 아주 부끄러운 일을 당했다. 두 개의 나무 욕조를 한 방에 두고 이델린과 같이 목욕한 것이다. 사용인들이 시중을 들었으니, 단 둘 뿐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부끄러웠다. 타인에게 맨살을 보이다니! 이델린은 그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목욕물 때문이 아니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매그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풀어헤친 머리를 잘 말려 빗었다. 그 사이 이델린은 제게 배정된 방 같은 건 무시하고, 멋대로 매그의 침대를 차지했다.
“뭘 하고 있나요. 어서 들어오지 않고.”
잠옷 바람의 이델린이 덮고 있던 이불을 슬쩍 들어 올린다. 흑발이 차르륵 아래로 떨어지며, 이델린의 드러난 어깨를 훑었다. 금방 목욕을 하고 나온 이델린도 살결이 조금 붉다. 매그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마구 쿵쾅거렸다.
“그런 장난 좀 그만 쳐요.”
매그는 침착한 척 고개를 돌리고 빗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옆으로 들어가 누우며, 이델린을 아주 가까이서 마주 봤다. 심장 소리가 이델린에게 들릴까 봐 매그는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이델린 퀼바렌, 당신에게 저주를 내릴 겁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성에게 미움받는 저주를.”
저주를 받은 영애와 저주를 건 마법사의 사랑!

백작가의 영애 이델린은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 세상의 모든 잘난 남자를 사귀고 차는 게 꿈이다. 이델린은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격, 가치관의 마법사 매그를 만나 친구가 되는데, 그런 매그는 되레 이델린에게 모든 이성에게 미움을 받는 저주를 걸게 된다.

[출간작] 염라의 문지기

31화~43화